피아니스트의 뇌는 피아노 연주에 필요한 복잡한 손가락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는 신경세포의 기능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피아니스트는 피아노를 치며 누적된 연습을 통해서 신경세포를 발달시키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뇌의 크기의 변화
우리의 뇌는 쓰면 쓸수록 늘어나고 쓰지 않으면 줄어드는 성질이 있습니다. 매일 오랜기간 피아노 연습을 해왔다면 손가락을 움직이기 위한 신경세포의 수가 훨씬 많을 것입니다. 실제로 MRI 촬영을 하였을 때 피아니스트는 음악가가 아닌 사람보다 해당 뇌 부위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나 그 차이는 자주 사용하는 손이 아닌 반대 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오른손잡이라면 동작이 어려운 왼손 손가락의 움직임을 맡는 뇌의 부위가 음악가가 아닌 사람보다 크다는 말입니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나이가 어릴수록 이 뇌의 부피가 커지기도 했습니다.
피아니스트와 초보자를 대상으로 학습, 힘, 타이밍 조절에 관련된 뇌 부위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피아니스트가 약 5퍼센트 정도 큰 것으로 나왔습니다. 거기에 연습시간이 길수록 그 크기는 더욱 커졌습니다. 5퍼센트가 작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소뇌에는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하니, 단순하게 50억 개 정도의 세포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신경세포가 많다는 것은 더욱 민첩하고 복잡한 손가락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귀와 손가락을 잇는 특수한 통로
피아니스트를 보면 악보를 본 적이 없더라도 멜로디를 듣고 피아노로 표현하는 재주를 부릴 수 있습니다. 이는 '이어 플레이 (Ear Play) 라고도 하는데, 프로 피아니스트에게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피아니스트는 소리를 들을 때 청각피질의 세포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을 움직이는 신경세포도 동시에 일을 시작합니다. 반대로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마치 음을 듣고 있는 것처럼 청각피질의 신경세포가 활성화가 되었는데, 이를 통해 피아니스트에게는 몸이 음에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손가락을 움직이면 음을 떠올리게 되는 특수한 통로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회로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쌓은 노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가가 아닌 사람이 약 30분 이상 훈련하더라도 해당 음을 머리에 그릴 때 손가락이 반응하는 뇌 회로가 길러지는 것입니다. 이는 연습한 적이 있는 멜로디인 경우에 더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이러한 훈련을 수천, 수만 가지의 멜로디와 화음으로 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듣더라도 다양한 패턴 속에서 조합하여 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리듬과 뇌의 반응
음이나 멜로디에 대한 신경세포의 반응과 다르게 음악의 시간적인 측면 바로 리듬에는 어떻게 뇌가 반응할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음과는 다르게 음악가가 아닌 사람도 리듬에 반응하고, 몸을 움직이기 위해 활동하는 신경세포도 반응하였습니다. 이는 리듬감이 있는 음악을 들으면 음악가가 아니더라도 몸을 움직이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리듬에 반응해 몸을 움직이기 위한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뇌의 구조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음악가의 뇌의 활동
소리를 들으면 소리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들이 활동하는데, 처음에는 모두 다른 시점에 활동합니다. 하지만 피아노 연습을 오랜 기간 반복하면 신경세포들이 활동하는 타이밍이 맞춰져서 동시에 활동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통상적으로 귀가 좋다, 좋은 귀를 가졌다라고 일컬어 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뇌세포가 활동하는 타이밍이 맞았을 때에 뇌 전체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결과적으로는 더욱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반응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음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똑같은 음을 듣더라도 피아노 교육으로 인해 음의 정보를 빨리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일한 음이 아닌 화음으로 이루어진 음악을 처리하는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합니다. 따라서 위의 뇌의 발달이 음악가에게서는 더욱 확연한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여러 개의 화음을 울리면 무의식적으로 화성을 들으려고 하지만 다른 것으로 바뀌경우 그 차이를 피아니스트들은 더 크게 인식하게 됩니다. 오랜 피아노 연습을 통해 멜로디를 처리하는 뇌의 회로가 바뀌고,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뇌 구조로 변화한 것입니다.
피아노 교육과 뇌의 변화
피아노 교습을 받은 아이들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뇌 부위의 부피가 커지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속도도 빨라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에 피아노를 연습한다면 그 효과가 더 클수도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꽤나 맞는 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11세 이전까지 뇌의 백질의 크기는 연습하면 증가하지만, 이후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백질의 발달 정도는 운동능력과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피아노 연주에 필요한 운동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어린 나이의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항목입니다. 유년기에는 유연한 뇌를 가졌기 때문에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교육을 받으면 효과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꼭 11세 이전이 모든 것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연습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뇌의 발달이 더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연습시간이 같다는 전제 하에, 11세 이전에 피아노를 시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 그렇다면 잘 칠수는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듭니다. 하지만 이는 성급한 단정으로 유년기에 올바른 연습법으로 많은 연습을 하면 유리하지만, 성인이 되더라도 연습을 한다면 뇌의 신경세포는 증가합니다. 그러므로 늦게 시작하더라도 연습을 충분히 많이 한다면, 잘 연주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손가락을 빨리 움직이는 것은 하나의 표현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많은 양질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직접 연주하는 것이 청각피질의 신경세포 활동을 촉진합니다. 따라서 음악을 연주하는 기쁨에 음악 감상을 더 깊게 즐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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