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컬 디스토니아 (Focal Dystonia, 국소성 이긴장증) 는 신체 일부 부분의 근육이 무의도하게 수축하여 비정상적인 운동이 발생하는 신경학적 질환입니다. 이는 특정 근육 또는 근육 그룹의 조절 능력이 손상되어 발생합니다. 대부분에 경우에는 통증이 없으나 특정 부위의 움직임을 가하고자 할때 스스로의 의도와 상관없이 근육에 힘이 들어가 굳거나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던 부위가 움직이는 등 자신의 마음대로 동작을 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스 증후군(Yips syndrome), 스티브 블래스 질병(Steve Blass Disease), 스티브 색스 증후군(Steve Sax Syndrome) 등의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싱어송라이터인 장기하가 발병되어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Leon Fleisher) 는 오른손에 나타난 포컬 디스토니아로 왼손으로만 연주를 하기도 하였는데 이후 다시 치료가 되어 양손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잘 알려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슈만도 이 질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화려한 기교가 넘치는 낭만주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하루 7시간 이상의 무리한 연습을 강행하고 오른손 중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포컬 디스토니아의 증상과 특징
포컬 디스토니아의 원인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경학적 질환, 외상, 스트레스 등이 이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경부 이긴장증, 눈꺼풀 경련, 얼굴 이긴장증, 사지 이긴장증, 직업성 이긴장증 등으로 각기 다른 형태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중에서도 피아니스트와 특별히 연관이 있는 것은 직업성 이긴장증입니다. 지속적 작업과 관련된 것으로 평소에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다가 특정 동작을 하고자 하면 나타난 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보통 아마추어나 일반인보다는 경력이 많은 피아니스트에게 발견됩니다. 평균 발병 나이는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며, 남자에게서 더 관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에게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넷째, 다섯째 손가락이 둥글게 말리는 것이 있습니다. 포컬 디스토니아로 인해 손가락을 뻗는 동작이 어려워지고, 부정확한 리듬을 연주하게 됩니다. 피아니스트에게 의도한 대로 연주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시무시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피아노 연주가 아닌 일상생활에서는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니 환자에게는 답답한 상황일 것입니다.
피아니스트가 아닌 다른 연주가에게도 나타나는 질환으로 관악기 연주자가 입 주변 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기도 합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할 때도 손이 굳기도 하는데 이 모두 자신의 악기가 아니면 다시 멀쩡해진다는 것입니다. 마치 클래식 기타가 아닌 전자 기타를 잡으면 다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운동선수들에게서도 입스 (Yips) 로 알려진 포컬 디스토니아가 발병하기도 합니다.
포컬 디스토니아의 원인과 매커니즘
명확하지 않은 원인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질환은 뇌에서 일어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뇌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생깁니다.
셀 수 없는 반복운동은 악기 연주나 운동에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여러 개의 건반을 동시에 누른다는 점에서 피아노 연주가 반복 동작이 더욱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천 번 이상의 반복적인 연습에 뇌는 점차 능숙해지면서 발달이되나 최대치를 넘어서거나 과도한 압박감에 심한 부하가 일어나면 필요 이상의 변화가 뇌에 생긴다는 것입니다. 한계를 넘어 변해버린 뇌의 상태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포컬 디스토니아로 인해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뇌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명령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몸을 원하는대로 움직이려면 근육에게 수축하라는 신호와 수축하지 말라는 신호를 억제하는 것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이 질환을 앓는 경우에는 억제하는 뇌 활동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복잡한 곡을 연주하면서 연습이 된 패턴이 머릿속에 있는데, 이를 뇌가 기억한 운동 프로그램에 맞춰 꺼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뇌에서는 수축하지 말라, 즉 연주를 하지 말라는 신호가 억제되지 않아 몸은 손가락 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신체에서 니로 보내는 감각정보 처리의 어려움입니다. 근육의 감각을 처리하는 뇌 신경세포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감각 이상으로 인해 손가락의 감각이 머릿속에서 엉켜버리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연주한 악기에서만 그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역이용하여, 오히려 다른 감각이 손에 있으면 다른 악기처럼 느껴져 보다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주변의 근육까지 같이 사용이 된다는 점입니다. 특정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하였으나 그렇지 않은 다른 손가락까지 움직여버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유는 뇌가 동시에 다른 근육에도 신호를 보내는 회로가 환자들에게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왜? 어떠한 이유로 생기는 것인지 규명하기 어렵습니다. 발병이라고 생각할 만한 원인 요소가 너무도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유전적 요인이나 성별이 큰 원인이라면 오른쪽, 왼쪽이 동시가 아닌 한 쪽에서만 일어난다는 사실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크게 인정받고 있는 직접적 원인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성격, 같은 운동의 반복을 꼽고 있습니다.
포컬 디스토니아에 걸린 음악가들은 완벽주의자 성향을 건강한 음악가들에 비해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불어 클래식 피아니스트들에게는 발병이 일어나지만 재즈피아니스트들에게서는 드물게 발병되는 점을 생각해보면, 즉흥 연주가 허용되는 재즈에 비해 클래식음악은 실수를 극도로 꺼려하며 정확한 연주를 요하는 경향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부분이 더 좋은 음악인 것과는 무관하지만, 지나치게 정확성을 염두한 연습과 연주 혹은 실수에 대한 긴장감과 압박감을 넘어선 두려움은 포컬 디스토니아의 발병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포컬 디스토니아의 치료법
원인이 완벽하게 규명되지 않은 것처럼 치료법 또한 확립되지 않았지만 몇몇 효과적 치료법이 현대에 제시되었습니다. 약물치료로는 보툴리눔 독소를 근육에 주사하는 방법이 있고, 증상이 있는 손가락 나머지를 고정하여 움직이지 않게하고 집중적으로 증상이 있는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강제유도 운동치료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보툴리눔 독수를 투여하는 것은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의사의 고도의 기술을 요합니다. 근육에 주사를 해야하는데 환부 주위의 증상이 없는 손가락도 보통 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에 정확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손가락 근육의 복잡성으로 적절한 양을 찾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강제유도 운동치료는 뇌졸중 환자의 치료에도 활용되기도 합니다. 나머지 증상이 없는 손가락을 고정하고 증상이 있는 손가락만 강제로 무리해서라도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떠오르는 치료법은 뇌과학 연구를 토대로한 감각운동훈련입니다. 손가락에서 뇌로 전달되는 감각정보가 불필요한 근육까지 신호를 보내는 것인데 이 회로를 정상적인 상태로 돌리는 것에 목표를 두고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진동을 이용한 재활 치료법도 새롭게 등장하였습니다.
포컬 디스토니아의 치료는 어려운 일입니다. 통증이 없어 미리 발견하는데 어렵기에 더욱이 증상이 많이 진행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피곤해서 그럴수도 있다보다는 자신의 몸에 늘 관심을 기울이고 건강한 연습, 연주 생활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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